본문 바로가기
DailyLife/blahblah

6월 18일 주말

by Dev Lighthouse 2022. 6. 19.
320x100
320x100

난 우리 직군이 IT, 공대 직군이지만 마음의 양식을 쌓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두를 운동하면 삼두도 운동해주고, 가슴을 운동하면 등운동을 해줘야 하듯

모든 것에는 균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정신도 건강해야 몸도 건강하고 몸도 건강해야 정신도 건강한 법이니 말이다

 

그래서 한달 전쯤에 구입한 시집을 어제 드디어 다 봤다

제목은 [ 문득 사람이 그리운 날엔 시를 읽는다 ]이다

[ 박광수 엮음 / 박광수 그림 ]이다

책에서 나온 인상깊은 시들을 몇개 적어보려고 한다

 

동질

이른 아침 문자 메시지가 온다

- 나지금입사시험보러가잘보라고해줘너의그말이꼭필요해

모르는 사람이다

다시 봐도 모르는 사람이다

 

메시지를 삭제하려는 순간

지하철 안에서 전화기를 생명처럼 잡고 있는

절박한 젊은이가 보인다

 

나도 그런 적이 있었다

그때 나는 신도 사람도 믿지 않아

잡을 검불조차 없었다

그 긴장을 못 이겨

아무 데서나 꾸벅꾸벅 졸았다

 

답장을 쓴다

-시험잘꼭잘보세요행운을빕니다!

 

_조은

 

당신 생각에

당신도 어렴풋이 아실 테지만

이건 모두 당신 탓이에요.

오늘 전 아무 일도 못 했거든요.

무슨 일을 시작하려고 하면

당신 생각이 떠올라서요.

 

처음으로 살며시, 그러다가

내 머릿속은 온통 당신 생각으로 가득 차지요.

포근한 느낌, 멋진 생각, 정말 사랑스러운......

 

안 돼요.

어서 이런 생각을 떨쳐 버려야죠.

전 오늘 할 일이 무척 많거든요.

 

그래서 말인데요.

전 지금

아주 중요한 일부터 해야겠어요.

 

먼저 당신에게 알리겠어요.

내가 얼마나 당신을 원하는지

당신이 내게 얼마나 필요한지

그리고 내가 얼마나 얼마나

당신을 사랑하고 있는지를 말이에요.

 

_앤드류 토니

 

큰 손

흙도 씻어낸 향기나는 냉이가 한무더기에 천원이라길래

혼자 먹기엔 많아 오백원 어치만 달라고 그랬더니

 

아주머니는 꾸역꾸역, 오히려 수줍은 몸짓으로

한무더기를 고스란히 봉지에 담아 주신다

 

자신의 손보다 작게는 나누어주지 못하는 커다란 손

그런 손이 존재한다는 것을 나는 아득히 잊고 살았었다

 

_유승도

 

당신으로 인하여

당신으로 인하여 나는

새로운 사람으로 변하고 있어요.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었고

아낌없이 베풀고 받아들이는 것을 배웠지요.

 

당신의 사랑으로 나는

온전히 서로를 이해하는 너그러움을 갖게 되었어요.

작은 즐거움 하나로 하루 내내 웃을 수 있다는 것도요.

 

당신은 나의 존재를 인정해 주었고

내가 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었지요.

나는 당신에게 더 가까이 가기 위해

성장을 게을리하지 않았어요.

 

나의 사랑으로 인해

당신도 그렇게 되길 진심으로 기도해요.

 

_제니 디터

 

5월의 마술

작은 씨 하나

뿌렸죠.

 

흙을 조금

씨가 자라게

조그만 구멍

토닥토닥

 

잘 자라라고 기도하면

그만이에요.

 

햇빛을 조금

소나기 조금

세월이 조금

그러고 나면 꽃이 피지요.

 

_M. 와츠

 

 

내가 사랑하는 엄니는 작년 초 당신이 가장 사랑한다던

막내아들인 나마저도 기억에서 지워 버리셨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치매가 엄니의 모든 기억을 앗아가 버렸다.

엄니에게 내가 누구냐고 물으면 엄니는 아무런 대답 없이 먼 곳만을

응시하신다. 가끔 내게 어떤 말씀을 하시지만 알아들을 수 없는 말뿐이다.

치매는 영화나 드라마 속에 나오는 것처럼 그렇게 드라마틱하지 않다.

 

엄니가 치매라는 병에 걸리며 가장 먼저 한 일은

자신의 이름과 가족의 이름을 기억에서 지우는 것이었다.

그리고 절대로 잊을 수 없을 것이라 여겼던 것들마저 잊기 시작하셨다.

머리 감는 일, 이 닦는 일, 숟가락을 쥐는 법,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는 법 등등....

치매가 발병하고부터 엄니는 하루 종일 거실의 소파에 누워 꼼짝하지

않으셨다. 하루 이틀 사흘 그런 날이 계속되자 말리려고 햇볕에 내 놓은

멸치처럼 엄니의 몸에서는 수분이 점점 사라져 갔고 몸무게도 많이 줄었다.

어느 저녁 늦은 시간에 엄니를 안방의 이부자리로 아버지와 함께

옮겨 눕히는데 오랫동안 참아 왔던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엄니의 몸이 너무 가볍기도 했지만

건강하실 때 지금처럼 자주 안아 드리지 못했다는 늦은 후회가

가슴을 복받치게 만들었다.

정말이지 나는 엄니의 속을 무던히도 태운 사고뭉치 아들이었다.

그런 아들을 엄니는 늘 따뜻하게 안아 주셨다.

사고를 쳐서 아부지한테 흠씬 두드려 맞을 때도 엄니는 늘 내 편이셨고

나로 인해서 엄니는 늘 죄인이셨다. 지금 돌이켜 보면 나 때문에

엄니의 속이 까맣게 타고 있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모른 체했다.

엄니를 내 못된 삶의 방패막이로 사용했고, 철없는 막내아들은

엄니한테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래서는 안되는 거였다.

그때 진심으로 엄니한테 미안하다고 말할 걸,

이렇게 못되고 못난 자식 키워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할 걸,

나는 결국 그 많은 시간을 흘려보내고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놓치고 말았다.

 

나이를 한 살 더 먹으면 그만큼 후회하는 것도 많아진다.

후회하고 바꾸고 싶지만 제때 전하지 못한 말은 갈 곳이 없다.

생각하면 할수록 그저 가슴만 아플 뿐이다.

그래서 나는 다시는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기에 아부지한테 말한다.

"아부지 정말 죄송했어요!"

그리고 나 때문에 늘 속 끓이는 아내에게 말한다.

"나랑 살아 줘서 고마워."

어릴 때의 나를 꼭 닮은 사고뭉치 아들에게도 말한다.

"아빠가 너를 사랑하는거 알지?"

무뚝뚝한 아부지는 겸연쩍은 표정을 지어 보이고,

아내는 "으이그~" 하지만 입은 웃고 있다.

아들은 "나도 아빠 사랑해"라고 말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세상을 살고 계시는 엄니에게도

"엄니, 아들이 엄니를 많이 사랑해요."

라고 말하고 안아 드리면 엄니는 내 말 뜻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이처럼 환하게 웃으신다.

 

그러고 보니 참 다행이다.

참 못할 짓 많이 하고 살았는데

그런 나를 떠나지 않고 내 옆에 남아 준 사람들에게

더 늦기 전에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어서 말이다.

 

내 곁에 있는 당신,

정말 고맙습니다.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

가장 낮은 곳에

젖은 낙엽보다 더 낮은 곳에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

그래도 살아가는 사람들

그래도 사랑의 불을 꺼트리지 않는 사람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 그래도,

어떤 일이 있더라도

목숨을 끊지 않고 살아야 한다고

천가 같은 김종삼, 박재삼,

그런 착한 마음을 버려선 못쓴다고

 

부도가 나서 길거리로 쫓겨나고

인기 여배우가 골방에서 목을 매고

뇌출혈로 쓰러져

말 한마디 못해도 가족을 만나면 반가운 마음,

중환자실 환자 옆에서도

힘을 내어 웃으며 살아가는 가족들의 마음속

 

그런 사람들이 모여 사는 섬, 그래도

그런 마음들이 모여 사는 섬, 그래도

그 가장 아름다운 것 속에

더 아름다운 피 묻은 이름,

그 가장 서러운 것 속에 더 타오르는 찬란한 꿈

 

누구나 다 그런 섬에 살면서도

세상의 어느 지도에도 알려지지 않은 섬,

그래서 더 신비한 섬,

그래서 더 가꾸고 싶은 섬 그래도,

그대 가슴속의 따스한 미소와 장밋빛 체온

이글이글 사랑과 눈이 부신 영광의 함성

 

그래도라는 섬에서

그래도 부둥켜안고

그래도 손만 놓지 않는다면

언젠가 강을 다 건너 빛의 뗏목에 올라서리라,

어디엔가 걱정 근심 다 내려놓은 평화로운

그래도 거기에서 만날 수 있으리라

 

_김승희

 

방문객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을 더들어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_정현종

 

가려워진 등짝

오월, 아름답고 좋은 날이다

작년 이맘때는 실연을 했는데

비 내리는 우체국 계단에서

사랑스러운 내 강아지 찌부가

위로해주었지

'괜찮아 울지 마 죽을 정도는 아니잖아'

짜부는 넘어지지 않고

게단을 잘도 뛰어 내려갔지

나는 골치가 아프고

다리에 힘이 풀려서

'짜부야 짜부야

너무 멀리 가지 말라고

엄마가 그랬을 텐데!'

소리치기도 귀찮아서

하늘이 절로 무너져 내렸으면

하고 바랐지

작년 이맘때에는

짜부도 나도

기진맥진한 얼굴로

시골집에 불쑥 찾아가

삶은 옥수수를 먹기도 했지

치마밭에 앉아

병색이 짙은 아빠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괜찮아 걱정하지 마 아직은 안 죽어'

배시시 웃다가

검은 옥수수 알갱이를

발등에 흘렸었는데

어느덧 오월,

아름답고 좋은 날이 또다시 와서

지나간 날들이 우습고

간지러워서

백내장에 걸린 늙은 짜부를 들쳐 업고

짜부가 짜부가

부드러운 앞발로

살 살 살 등짝이나 긁어주었으면

하고 바랐지.

 

_황병승

 

파도의 말

울고 싶어도

못 우는 너를 위해

내가 대신 울어줄게

마음놓고 울어줄게

 

오랜 나날

네가 그토록

사랑하고 사랑받은

모든 기억들

행복했던 순간들

 

푸르게 푸르게

내가 대신 노래해줄게

 

일상이 메마르고

무디어질 땐

새로움의 포말로

무작정 달려올게

 

_이해인

 

그대 앞에 봄이 있다

우리 살아가는 일 속에

파도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이

어디 한두 번이랴

그런 날은 조용히 닻을 내리고

오늘 일을 잠시라도

낮은 곳에 묻어두어야 한다

우리 사랑하는 일 또한 그 같아서

파도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은

높게 파도를 타지 않고

낮게 낮게 밀물져야 한다

사랑하는 이여

상처받지 않은 사랑이 어디 있으랴

추운 겨울 다 지내고

꽃필 차례가 바로 그대 앞에 있다

 

_김종해

 

 

시를 다 읽고나서는

조금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다시 개발 소양 책을 들었다

책 제목은 소프트웨어 장인 이다

어떻게 하면 더 나은 프로그래머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다양한 도메인의 내용을 말해준다

서문

책의 서문을 읽어보았다

내 얘기같았다....

개인의 삶이 없는 무한노동, 인정받지 못하는 전문성, 무한 책임에 권한은 없는 위치, 형편없는 처우, 찾아볼 수 없는 보람, 어떻게는 빨리 다른 직능으로 떠나려고만 하는 동료들....

 

월급은 들어오지만 점점 아저씨가 되어가는 내 몸, 불확실한 미래

잘 하고있는가에 대한 의문 등등...

이 책을 읽으면 어느정도 깨우치려나..

 

나는 책을 좋아한다

돈이 생기면 옷을 사거나 음식이나 술을 먹기보다는 책을 산다

가끔은 기술에 대한 것, 기술에 대한 자세, 또는 인생에 대한 것 등등..

 

나는 우리 동료 개발자들한테 이런 얘기를 한다

소스코드도 고인다고, 고인물처럼 고인 코드가 될 수 있다고..

우리가 개발하면서 참고하는 코드는 내 코드 혹은 상사의 코드 또는 다른 사람의 코드를 먼저 본다

그 이후에 해결되지 않으면 구글링을 해보겠지

 

나와 다른 곳(회사)에서 다른 생각(알고리즘)을 하는 사람들이 작성하는 코드는 어디서 배울까?

구글링?

구글에서는 오래된 블로그의 글, depreacted 예정인 라이브러리의 예시코드, 보안따윈 개나준코드, 확장성이 없는 코드 등등

정보의 질을 장담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지나도 시대가 지나도, 종이의 질감이나 색만 변할 뿐인 좋은 책들이 있고

명예로운 위치 혹은 교육(강의)을 잘 하는 인터넷 강의 등등이 있다

 

그래서 나는 책과 인강을 좋아한다

어제보다 더 나은, 저번 주 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종종 책을 읽고 강의를 본다

 

그리고 더 아저씨가 되지 않기 위해 PT도 끊었다

6/19일 오전에 2회차를 받았다

살이 빠지고 근육도 붙는 느낌이다

 

난 정신도 육체도 건강한 사람이 될 것이다...!!!

 

이번 6월의 4째 주 주말도 이렇게 지나간다 

320x10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