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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정말 중요한 장이라 생각한다...!

이미 책을 다 읽고나서 B-logging중이지만 RDD, 객체지향 설계의 핵심이 들어있는 파트라고 말할 수 있다.(블로그 주인 생각)

우리 모두를 합친 것보다 더 현명한 사람은 없다.
                                        - 켄 블랜차드(Ken Blanchard)

인간은 어떤 본질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느냐가 아니라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느냐가 인간의 행동을 결정한다.

즉, 각 개인이 처해 있는 정황 또는 문맥(context)이 인간의 행동 방식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인간의 행동을 결정하는 문맥은 타인과의 협력이다. 협력이라는 문맥을 무시한 채 각 개인의 반응을 독립적으로 관찰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협력에 얼마나 적절한지에 따라 행동의 적합성이 결정되며 협력이라는 문맥이 인간의 행동 방식을 결정하는 것이다.

 

객체의 세계에서도 협력이라는 문맥이 객체의 행동 방식을 결정한다. 객체지향에 갓 입문한 사람들의 가장 흔한 실수는 협력이라는 문맥을 고려하지 않은 채 객체가 가져야 할 상태와 행동부터 고민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개별 객체가 아니라 객체들 사이에 이뤄지는 협력이다.

훌륭한 객체지향 설계란 겉모습은 아름답지만 협력자들을 무시하는 오만한 객체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조화를 이루며 적극적으로 상호작용하는 협력적인 객체를 창조하는 것이다. 비록 그 객체를 따로 떼어놓고 봤을 때는 겉모습이 다소 기묘하고 비합리적이더라도 말이다.

 

객체의 모양을 빚는 것은 객체가 참여하는 협력이다. 어떤 객체에 참여하는지가 객체에 필요한 행동을 결정하고, 필요한 행동이 객체의 상태를 결정한다. 개별적인 객체의 행동이나 상태가 아니라 객체들간의 협력에 집중하라!

 

협력

- 요청하고 응답하며 협력하는 사람들

협력은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할 때 시작된다. 요청을 받은 사람은 일을 처리한 후 요청한 사람에게 필요한 지식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요청에 응답한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요청을 받은 사람 역시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처리하던 중에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결과적으로 협력은 다수의 요청과 응답으로 구성되며, 전체적으로 협력은 다수의 연쇄적인 요청과 응답의 흐름으로 구성된다.

 

연쇄적인 요청과 응답의 흐름으로 구성된 협력

(내가 ppt로 그린거긴한데 뭔가 좀 징그....)

- 누가 파이를 훔쳤지? 

파이를 훔쳤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하트 잭을 심판하는 법정에서의 이야기를 예시로 들었다.

법정 안에는 재판을 주관하고 있는 왕과 증언을 하고 있는 모자 장수, 재판을 받고 있는 하트 잭, 왕의 명령을 실행하는 하얀 토끼 그리고 재판을 구경하기 위해 법정을 찾은 앨리스와 수많은 인물들이 있다.

왕은 재판관(판사)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하얀 토끼에게 목격자를 불러오라고 명령했다. 하얀 토끼는 첫번째 목격자인 모자 장수에게 증인석에 입장하라고 말하였다. 왕은 모자 장수에게 증언하라는 명령을 했다. 이 많은 인물들이 법정에 모여 있는 이유는 하트 잭을 재판하기 위해서이다. 

 

이제 객체지향 패러다임이라는 렌즈를 끼고 재판 장면을 바라보자.

재판하라는 메시지를 받고 하얀 토끼에게 목격자를 불러오라고 메세지를 전달했다. 하얀 토끼는 첫번째 목격자인 모자 장수에게 증인석에 입장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했고 이후에 모자 장수에게 증언하라는 메세지를 전달했다. 이 모든 등장인물들은 객체이다.

왕과 하얀 토끼, 모자 장수라고 불리는 객체들은 하트 잭을 재판하기 위해 서로 협력하고 있다. 즉, 이야기에 등장하는 객체들은 하트 잭의 재판이라는 동일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협력하고 있는 것이다.

- 재판 속의 협력

앨리스의 이야기에서 왕이 모자 장수로부터 증언을 듣는 과정을 요청과 응답이라는 관점에서 살펴보자

  • 누군가가 왕에게 재판을 요청함으로써 재판이 시작된다.
  • 왕이 하얀 토끼에게 증인을 부를 것을 요청한다.
  • 왕의 요청을 받은 토끼는 모자 장수에게 증인석으로 입장할 것을 요청한다.
  • 모자 장수는 증인석에 입장함으로써 토끼의 요청에 응답한다.
  • 모자 장수의 입장은 왕이 토끼에게 요청했떤 증인 호출에 대한 응답이기도 하다.
  • 이제 왕은 모자 장수에게 증언할 것을 요청한다.
  • 모자 장수는 자신이 알고 있는 내용을 증언함으로써 왕의 요청에 응답한다.

왕과 하얀 토끼, 모자 장수 사이의 협력 관계

협력 안의 요청과 응답에 초점을 맞춰보자.

누군가 왕에게 재판을 해달라는 요청을 보냈다는 말은 왕이 재판을 수행할 의무가 있으며, 재판에 필요한 지식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왕이 하얀 토끼에게 목격자를 불러오라고 요청한 이유는 토끼가 목격자에 대해 알고 있으며 동시에 목격자를 부를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왕이 모자 장수에게 증언하라고 요청한 이유는 모자 장수가 재판에 도움이 될 만한 사건의 내용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고 있으며 증언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어떤 등장인물들이 특정한 요청을 받아들일 수 있는 이유는 그 요청에 대해 적절한 방식으로 응답하는 데 필요한 지식과 행동 방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요청과 응답은 협력에 참여하는 객체가 수행할 책임을 정의한다.

- 책임

객체지향의 세계에서는 어떤 객체가 어떤 요청에 대해 대답해 줄 수 있거나, 적절한 행동을 할 의무가 있는 경우 해당 객체가 책임을 가진다고 말한다.

책임은 객체지향 설계의 가장 중요한 재료다. 

객체지향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능력은 책임을 능숙하게 소프트웨어 객체에 할당하는 것
                                        - 크레이그 라만[Craig Larman 2004]

책임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객체와 책임이 제자리를 잡은 후에 고려해도 늦지 않다. 객체와 책임이 이리저리 부유하는 상황에서 성급하게 구현에 뛰어드는 것은 변경에 취약하고 다양한 협력에 참여할 수 없는 비자율적인 객체를 낳게 된다.

- 책임의 분류

협력에 참여하는 객체들은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책임을 수행한다.

책임은 객체에 의해 정의되는 응집도 있는 행위의 집합으로, 객체가 알아야 하는 정보와 객체가 수행할 수 잇는 행위에 대해 개략적으로 서술한 문장이다. 

즉, 객체의 책임은 '객체가 무엇을 알고있는가(knowing)''무엇을 할 수 있는가(doing)'으로 구성된다.

  • 하는 것(doing)
    • 객체를 생성하거나 계산을 하는 등의 스스로 하는 것
    • 다른 객체의 행동을 시작시키는 것
    • 다른 객체의 활동을 제어하고 조절하는 것
  • 아는 것(knowing)
    • 개인적인 정보에 관해 아는 것
    • 관련된 객체에 관해 아는 것
    • 자신이 유도하거나 계산할 수 잇는 것에 관해 아는 것

객체의 책임을 이야기할 때는 일반적으로 외부에서 접근 가능한 공용 서비스의 관점에서 이야기한다.

즉, 책임은 객체의 외부에 제공해 줄 수 있는 정보(아는 것의 측면)외부에 제공해 줄 수 있는 서비스(하는 것의 측면)의 목록이다.

따라서 책임은 객체의 공용 인터페이스(Public Interface)를 구성한다. 공용 인터페이스의 개념은 뒤에서 다룰 객체지향의 중요한 원리 중 하나인 캡슐화로 이어진다.

- 책임과 메시지

협력 안에서 객체는 다른 객체로부터 요청이 전송됐을 경우에만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을 수행한다.

한 객체가 다른 객체에게 전송된 요청은 그 요청을 수신한 객체의 책임이 수행되게 한다.

이처럼 객체가 다른 책임에게 주어진 책임을 수행하도록 요청을 보내는 것을 메시지 전송(message-send)이라고 한다.

따라서 두 객체 간의 협력은 메시지를 통해 이루어진다.

메시지를 전송함으로써 협력을 요청하는 객체를 송신자라고 하고 메시지를 받아 요청을 처리하는 객체를 수신자라고 한다.

메세지는 협력을 위해 한 객체가 다른 객체로 접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책임이 협력이라는 문맥 속에서 요청을 수신하는 한 쪽의 객체 관점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나열하는 것이라면, 

메시지는 협력에 참여하는 두 객체 사이의 관계를 강조한 것이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책임과 메시지의 수준이 같지는 않다는 점이다.

책임은 객체가 협력에 참여하기 위해 수행해야 하는 행위를 상위 수준에서 개략적으로 서술한 것이다. 책임을 결정한 후 실제로 협력을 정제하면서 이를 메시지로 변환할 때는 하나의 책임이 여러 메시지로 분할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설계를 시작하는 초반에는 어떤 객체가 어떤 책임을 가지고 어떤 방식으로 서로 협력해야 하는지를 아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책임과 협력의 구조가 자리를 잡기 전까지는 책임을 구현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은 잠시 뒤로 미루는 것이 좋다.

 

객체지향 설계는 협력에 참여하기 위해 어떤 객체가 어떤 책임을 수행해야 하고 어떤 객체로부터 메시지를 수신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어떤 클래스가 필요하고 어떤 메서드를 포함해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것은 책임과 메시지에 대한 대략적인 윤곽을 잡은 후에 시작해도 늦지 않다.

 

역할

- 책임의 집합이 의미하는 것

협력의 관점에서 어떤 객체가 어떤 책임의 집합을 수행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해 보자.

재판이라는 협력에 참여하기 위해 모자 장수는 '증인'이라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고 왕은 '판사'라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결론적으로 어떤 객체가 수행하는 책임의 집합은 객체가 협력 안에서 수행하는 역할을 암시한다.

이것이 중요할까? 왕은 왕일 뿐이고 모자 장수는 모자 장수일 뿐이지 않는가? 굳이 왕을 판사라고 부르고, 모자 장수를 증인이라고 불러서 상황을 복잡하게 만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역할이 재사용 가능하고 유연한 객체지향 설계를 낳는 매우 중요한 구성요소이기 때문이다.

- 판사와 증인

앨리스의 이야기가 나온다.

모자 장수의 증언이 끝났다. 왕이 하얀 토끼에게 다음 증인을 부르라 명했다. 다음은 공작 부인의 요리사가 증인으로 나왔다.

왕이 증언하라고 명령했지만, 요리사는 증언을 거절하였다. 떠들석한 일이 있은 후 요리사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왕이 하얀 토끼에게 다음 증인을 부르라고 명했다. 동시에 왕은 머리가 너무 아프다고 여왕에게 재판을 맡겼다.

하얀 토끼는 놀랍게도 다음 증인으로 앨리스를 지목했다. 여왕은 앨리스에게 증언하라고 명령했다.

 

이 4줄의 이야기는 함축적이고 중요한 내용들을 담고 있다.

그림으로 표현하자면 유사한 세 개의 협력을 볼 수 있다.

왕과 하얀 토끼, 모자 장수 사이의 협력 관계
왕과 하얀 토끼, 요리사 사이의 협력 관계
여왕과 하얀 토끼, 앨리스 사이의 협력 관계

 

- 역할이 답이다

지금 우리의 손 안에는 서로 다른 세 개의 재판 과정, 즉 세 개의 협력이 주어져 있다. 문제는 협력에 참여하는 등장인물들을 제외한 나머지 과정이 너무나도 유사해서 하나의 협력으로 다루고 싶다는 것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재판이라는 협력 과정 속에서 하트 왕과 하트 여왕은 <판사>의 역할을 수행한다.

모자 장수와 요리사, 그리고 앨리스는 <증인>의 역할을 수행한다.

따라서 <판사>와 <증인>이라는 역할(role)을 사용하면 세 가지 협력을 모두 포괄할 수 있는 하나의 협력으로 추상화할 수 있다.

역할을 통해 추상화된 협력

역할은 협력 내에서 다른 객체로 대체할 수 있음을 나타내는 일종의 표식이다.

협력 안에서 역할은 "이 자리는 해당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어떤 객체라도 대신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역할을 이용해 협력을 추상화했기때문에 '판사'나 '증인'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어떤 객체라도 협력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객체라도 '판사'나 '증인'의 역할을 대체할 수 있을까? 물론 그렇지는 않다.

역할을 대체할 수 있는 객체는 동일한 메시지를 이해할 수 있는 객체로 한정된다.

 

앞에서 메시지가 책임을 의미한다고 했다. 결국 동일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은 해당 객체들이 협력 내에서 동일한 책임의 집합을 수행할 수 잇다는 것을 의미한다. 동일한 역할을 수행하는 객체들이 동일한 메시지를 수신할 수 잇기 때문에 동일한 책임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개념이다. 이 개념을 제대로 이해해야만 객체지향이 제공하는 많은 장점을 누릴 수 있다.

 

요약하면 역할의 개념을 사용하면 유사한 협력을 추상화해서 인지 과부하를 줄일 수 있다.

또한 다양한 객체들이 협력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협력이 좀 더 유연해지며 다양한 객체들이 동일한 협력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재사용성이 높아진다.

역할은 객체지향 설계의 단순성(simplicity), 유연성(flexibility), 재사용성(reusablility)을 뒷받침하는 핵심 개념이다.

- 협력의 추상화

역할의 가장 큰 가치는 하나의 협력 안에 여러 종류의 객체가 참여할 수 있게 함으로써 협력을 추상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협력의 추상화는 설계자가 다뤄야 하는 협력의 개수를 줄이는 동시에 구체적인 객체를 추상적인 역할로 대체함으로써 협력의 양상을 단순화한다.

결과적으로 애플리케이션의 설계를 이해하고 기억하기 쉬워진다.

따라서 역할을 이용하면 협력을 추상화함으로써 단순화할 수 있다. 구체적인 객체로 추상적인 역할을 대체해서 동일한 구조의 협력을 다양한 문맥에서 재사용할 수 있는 능력은 과거의 전통적인 패러다임과 구분되는 객체지향만의 힘이다.

그리고 그 힘은 근본적으로 역할의 대체 가능성에서 비롯된다.

- 대체 가능성

역할은 협력 안에서 구체적인 객체로 대체될 수 있는 추상적인 협력자다. 따라서 본질적으로 역할은 다른 객체에 의해 대체 가능함을 의미한다.

객체가 역할을 대체하기 위해서는 행동이 호환돼야 한다는 점에 주목하라. 객체지향의 용어를 빌려 설명하면 객체가 역할을 대체 가능하기 위해서는 협력 안에서 역할이 수행하는 모든 책임을 동일하게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객체가 역할에 주어진 책임 이외에 다른 책임을 수행할 수도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라.

판사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잇는 왕은 재판을 할 책임뿐만 아니라 국정을 돌봐야 할 추자거인 책임을 가지고 있다.

모자 장수는 증인으로서의 역할뿐만 아니라 모자를 판매할 모자 장수로서의 본질적인 책임을 가지고 잇다.

앨리스는 잠시만 증인의 역할을 할 뿐 이야기 내내 주인공으로서의 역할을 해왔다.

결국 객체는 역할이 암시하는 책임보다 더 많은 책임을 가질 수 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경우에 객체의 타입과 역할 사이에는 일반화 / 특수화 관계가 성립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요약하면 역할의 대체 가능성은 행위 호환성을 의미하고, 행위 호환성은 동일한 책임의 수행을 의미한다.

 

객체의 모양을 결정하는 협력

- 흔한 오류

시스템에 필요한 데이터를 저장하기 위해 객체가 존재한다  => 오해

객체가 상태의 일부로 데이터를 포함한다 => 사실

데이터는 단지 객체가 행위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재료일 뿐이다. 객체가 존재하는 이유는 행위를 수행하며 협력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객체지향이 클래스와 클래스 간의 관계를 표현하는 시스템의 정적인 측면에 중점을 둔다  => 오해

클래스는 시스템에 필요한 객체를 표현하고 생성하기 위해 프로그래밍 언어가 제공하는 구현 메커니즘이다 => 사실

객체지향의 핵심은 클래스를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가 아니라 객체가 협력 안에서 어떤 책임과 역할을 수행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객체지향 입문자들이 데이터나 클래스를 중심으로 애플리케이션을 설계하는 이유는 협력이라는 문맥을 고려하지 않고 각 객체를 독립적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 협력을 따라 흐르는 객체의 책임

올바른 객체를 설계하기 위해서는 먼저 견고하고 깔끔한 협력을 설계해야한다. 협력을 설계한다는 것은 설계에 참여하는 객체들이 주고받을 요청과 응답의 흐름을 결정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결정된 요청(Request)와 응답(Response)의 흐름은 객체가 협력에 참여하기 위해 수행될 책임이 된다.

 

일단 객체에게 책임을 할당하고 나면 책임은 객체가 외부에 제공하게 될 행동이 된다. 협력이라는 문맥에서 객체가 수행하게 될 적절한 책임, 즉 행동을 결정한 후에 그 행동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데이터를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객체가 협력에 참여하기 위해 필요한 데이터와 행동이 어느 정도 결정된 후에 클래스의 구현 방법을 결정해야 한다.

 

객체의 행위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서는 협력이라는 실행 문맥 안에서 책임을 분배해야한다. 각 객체가 가져야 하는 상태와 행위에 대해 고민하기 전에 그 객체가 참여할 문맥인 협력을 정의하라. 객체지향 시스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충분히 자율적인 동시에 충분히 협력적인 객체를 창조하는 것이다. 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객체를 충분히 협력적으로 만든 후에 협력이라는 문맥 안에서 객체를 충분히 자율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객체지향 설계 기법

역할, 책임, 협력의 관점에서 애플리케이션을 설계하는 유용한 세 가지 기법을 살펴보자.

1. 책임-주도 설계(Responsibility-Driven Design)

협력에 필요한 책임들을 식별하고 적합한 객체에게 책임을 할당하는 방식으로 애플리케이션을 설계한다. 책임-주도 설계 방법은 객체지향 패러다임의 전문가들이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때 어떤 방식으로 사고하고 무엇을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지 잘 보여준다.

2. 디자인패턴(Design Pattern)

전문가들이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해결 방법을 정의해 놓은 설계 템플릿의 모음이다. 패턴은 전문가들이 특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미 식별해 놓은 역할, 책임, 협력의 모음이다.

3. 테스트-주도 개발(Test-Driven Development)

테스트-주도 개발은 테스트를 먼저 작성하고 테스트를 통과하는 구체적인 코드를 추가하면서 애플리케이션을 완성해가는 방식을 따른다. 이름에서 풀리는 뉘앙스와 달리 테스트-주도 개발은 테스트가 아니라 설계를 위한 기법이다. 테스트-주도 개발의 핵심은 테스트작성이 아니다. 테스트는 단지 테스트-주도 개발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별도의 보너스같은 것이며, 실제 목적은 구체적인 코드를 작성해나가면서 역할, 책임, 협력을 식별하고 식별된 역할, 책임, 협력이 적합한지를 피드백받는 것이다.

 

- 책임-주도 설계

협조적이고 성실한 객체 시민들로 구성된 객체지향 시스템을 설계하는 절차는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 시스템이 사용자에게 제공해야 하는 기능인 시스템 책임을 파악한다
  • 시스템 책임을 더 작은 책임으로 분할한다
  • 분할된 책임을 수행할 수 있는 적절한 객체 또는 역할을 찾아 책임을 할당한다
  • 객체가 책임을 수행하는 중에 다른 객체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 이를 책임질 적절한 객체 또는 역할을 찾는다
  • 해당 객체 또는 역할에게 책임을 할당함으로써 두 객체가 협력하게 한다

- 디자인 패턴

책임-주도 설계는 객체의 역할, 책임, 협력을 고안하기 위한 방법과 절차를 제시한다. 반면 디자인 패턴은 책임-주도 설계의 결과를 표현한다. 패턴은 모범이 되는 설계(example design)다. 앨러스터 코오번에 따르면 효과적으로 일하는 사람들의 한 가지 특징은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작업을 시작하지 않고 이전의 훌륭한 결과물을 모방하고 약간의 수정을 거쳐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패턴은 특정한 상황에서 설계를 돕기 위해 모방하고 수정할 수 있는 과거의 설계 경험이다.

디자인 패턴은 공통으로 사용할 수 있는 역할, 책임, 협력의 템플릿이다. 만약 특정한 상황에 적용 가능한 디자인패턴을 잘 알고 있다면 책임-주도 설계의 절차를 순차적으로 따르지 않고도 시스템 안에 구현할 객체들의 역할과 책임, 협력 관계를 빠르고 손쉽게 포착할 수 있을 것이다. 디자인 패턴은 책임-주도 설계의 결과물인 동시에 지름길이다.

- 테스트-주도 개발

테스트-주도 개발[Beck 2002]은 애자일 방법론의 한 종류인 XP의 기본 Practice로 소개되면서 주목받기 시작한 설계 기법이다. 테스트-주도 개발의 기본 흐름은 실패하는 테스트를 작성하고, 테스트를 통과하는 가장 간단한 코드를 작성한 후(이 시간 동안에는 중복이 있어도 무방하다), 리팩터링(Refactoring)을 통해 중복을 제거하는 것이다. 테스트-주도 개발을 통해 '작동하는 깔끔한 코드(Clean code that works)'를 얻을 수 있다.

 

테스트-주도 개발은 객체지향에 대한 깊이 있는 지식을 요구한다. 테스트를 작성하기 위해 객체의 메서드를 호출하고 반환값을 검증하는 것은 순간적으로 객체가 수행해야 하는 책임에 관해 생각한 것이다. 테스트에 필요한 간접 입력 값을 제공하기 위해 스텁(stub)을 추가하거나 간접 출력 값을 검증하기 위해 목 객체(mock object)를 사용하는 것은 객체와 협력해야 하는 협력자에 관해 고민한 결과를 코드로 표현한 것이다.

테스트-주도 개발은 책임-주도 설계의 기본 개념과 다양한 원칙과 프랙티스, 패턴을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좋은 설계에 대한 감각과 경험을 길러야만 적용할 수 있는 설계 기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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