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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컴퓨터를 조작하는 것이 추상화를 구축하고, 조작하고, 추론하는 것에 관한 모든 것이라는 것을 깨닫고 나면 (훌륭한) 컴퓨터 프로그램을 작성하기 위한 중요한 전제 조건은 추상화를 정확하게 다루는 능력이라는 것이 명확해진다.
                                        - 키스 데블린(Keith Devlin)[Devlin 2003]

* 스팅모어가 디자인한 1927년 런던 지하철 지도

* 해리 벡이 디자인한 1933년의 지하철 노선도

해리 벡은 지하철을 이용하는 승객들을 면밀하게 관찰한 후 승객이 꼭 알아야 하는 사실만 정확하게 표현하고 몰라도 되는 정보는 무시함으로써 이해하기 쉽고 단순하며 목적에 부합하는 지하철 노선도를 창조해 낼 수 있었다.

해리 백의 가장 위대한 업적은 지하철 노선을 추상화 한것이다.

 

추상화를 통한 복잡성 극복

해리 벡의 지하철 노선도는 불필요한 지형 정보를 제거함으로써 단순함을 달성한 추상화의 훌륭한 예이다. 해리 벡이 고안한 추상화는 지형 정보를 제거하고 역 사이의 연결성을 강조함으로써 지하철 노선도를 이용하는 승객들의 목적에 맞게 현실을 단순화했다.

승객들이 지하철을 이용하는 이유와 해리 벡이 지형 정보를 제거한 이유는 동일하다.

역의 위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역과 역 사이의 연결 관계가 중요했던 것이다.

 

따라서 진정한 의미에서 추상화란 현실에서 출발하되 불필요한 부분을 도려내가면서 사물의 놀라운 본질을 드러나게 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추상화의 목적은 불필요한 부분을 무시함으로써 현실에 존재하는 복잡성을 극복하는 것이다.

 

어떤 추상화도 의도된 목적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사용된다면 오도될 수 있다. 추상화의 수준, 이익, 가치는 목적에 의존적이다.

리처드 파인만의 말처럼 "현상은 복잡하다. 법칙은 단순하다. 버릴 게 무엇인지 알아내라."

* 추상화 : 어떤 양상, 세부사항, 구조를 좀 더 명확하게 이해하기 위해 특정 절차나 물체를 의도적으로 생략하거나 감춤으로써 복잡도를 극복하는 방법.

복잡성을 다루기 위해 추상화는 두 차원에서 이루어진다.

1. 구체적인 사물들 간의 공통점은 취하고 차이점은 버리는 일반화를 통해 단순하게 만드는 것

2. 중요한 부분을 강조하기 위해 불필요한 세부사항은 제거함으로써 단순하게 만드는 것

모든 경우에 추상화의 목적은 복잡성을 이해하기 쉬운 수준으로 단순화하는 것이라는 점을 기억하자.

 

객체지향과 추상화

- 모두 트럼프일 뿐

앨리스는 정원 입구에 다라라서 트럼프 하트 왕, 트럼프 하트 여왕, 트럼프 클로버 병사, 트럼프 다이아몬드 신하들, 트럼프 정원사, 트럼프 왕자와 공주 그리고 토끼를 보았다.

앨리스는 여왕을 쳐다보며 마음속으로 이렇게 속삭였다.

'기껏해야 트럼프에 불과해. 무서워할 필요 없어.'

앨리스와 하트 여왕이 최초로 마주치는 이 장면에는 수많은 객체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기껏해야 트럼프에 불과하다고 읊조리는 마지막 대사에서 앨리스는 이 다양한 인물들의 계급, 나이, 성격 등의 차이점은 무시한 채 '트럼프'라는 유사성을 기반으로 추상화해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 그룹으로 나누어 단순화하기

왜 우리는 이 다양한 인물들을 '트럼프'라는 한 단어로 줄여 지칭할 수 있을까? 그 이유는 정원에 있는 인물들이 공통적으로 '트럼프'라고 했을 때 떠오르는 일반적인 외형과 행동방식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즉, 그들의 차이점을 무시하면 결국 정원사, 병사, 신하, 왕자와 공주, 하객으로 참석한 왕과 왕비들, 하트 잭, 하트 왕과 하트 여왕은 '트럼프'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앨리스는 인물들을 하나씩 살펴보면서 자신이 알고 있는 '트럼프'의 의미에 적합한 인물은 '트럼프' 그룹에 포함하고 '트럼프'라는 의미에 적합하지 않은 인물은 '트럼프' 그룹에서 제외했다. 

결과적으로 앨리스는 정원에 있는 인물들을 두 개의 그룹으로 나눴다. 하나는 트럼프의 그룹이고 또 다른 하나는 토끼의 그룹이다.

비록 토끼 그룹에 속하는 등장인물이 단 하나뿐이라고 해도 다수의 개별적인 인물이 아니라 '트럼프'와 '토끼'라는 두 개의 렌즈를 통해 정원을 바라보는 것은 정원에 내재된 복잡성을 효과적으로 감소시킨다.

- 개념

앨리스가 인물들의 차이점을 무시하고 공통점만을 취해 트럼프라는 개념으로 단순화한 것은 추상화의 일종이다.

객체지향 패러다임의 중심에는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객체가 존재하지만 수많은 객체들을 개별적인 단위로 취급하기에는 인간이 지닌 인지능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따라서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공통적인 특성을 기준으로 객체를 여러 그룹으로 묶어 동시에 다뤄야 하는 가짓수를 줄임으로써 상황을 단순화하려고 노력한다.

이처럼 공통점을 기반으로 객체들을 묶기 위한 그릇을 개념(concept)이라고 한다.

개념이란 일반적으로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다양한 사물이나 객체에 적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나 관념을 뜻한다.

예를 들어 길거리를 빠른 속도로 누비는 교통수단에 대해서는 '자동차'라는 개념을 적용하고, 하늘을 나는 교통수단을 지칭하는 개념은 '비행기'다.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개념==단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앨리스는 정원에 있는 객체들 중에서 몸이 납작하고 두 손과 두 발이 네모난 몸 모서리에 달려 있는 객체만을 트럼프라는 개념으로 추상화했다.

여기서 트럼프는 이같은 공통점을 가진 객체들을 포괄할 수 있는 개념이다. 

개념을 이용하면 객체를 여러 그룹으로 분류(classification)할 수 있다. 개념은 공통점을 기반으로 객체를 분류할 수 있는 일종의 객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각 객체는 특정한 개념을 표현하는 그룹의 일원으로 포함된다. 이처럼 객체에 어떤 개념을 적용하는 것이 가능해서 개념 그룹의 일원이 될 때 객체를 그 개념의 인스턴스(instance)라고 한다.

* 객체: 특정한 개념을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물을 의미한다. 개념이 객체에 적용됐을 때 객체를 개념의 인스턴스라고 한다.

- 개념의 세 가지 관점

1. 심볼(symbol): 개념을 가리키는 간략한 이름이나 명칭

2. 내연(intension): 개념의 완전한 정의를 나타내며 내연의 의미를 이용해 객체가 개념에 속하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3. 외연(extension): 개념에 속하는 모든 객체의 집합(set)

 

앨리스의 얘기에서 개념의 세 가지 관점

1. 개념을 지칭하는 데 사용하는 '트럼프'라는 이름은 개념의 심볼이 된다.

2. 몸이 납작하고 두 손과 두 발이 네모난 몸 모서리에 달려 있다는 트럼프에 대한 설명이 바로 내연이다. 하얀 토끼는 트럼프의 내연을 만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에 트럼프가 될 수 없다.

3. 정원사, 병사, 신하, 왕자와 공주, 하객으로 참석한 왕과 왕비들, 하트 잭, 하트 왕과 하트 여왕은 모두 트럼프의 외연을 구성하는 객체 집합에 속한다.

 

- 객체를 분류하기 위한 틀

*분류(classification): 객체에 특정한 개념을 적용하는 작업. 객체에 특정한 개념을 적용하기로 결심했을 때 우리는 그 객체를 특정한 집합의 멤버로 분류하고 있는 것이다.

분류는 객체지향의 가장 중요한 개념 중 하나다. 어떤 객체를 어떤 개념으로 분류할지가 객체지향의 품질을 결정한다.

객체를 적절한 개념에 따라 분류하지 못한 애플리케이션은 유지보수가 어렵고 변화에 쉽게 대처하지 못한다. 반면에 객체를 적절한 개념에 따라 분류한 애플리케이션은 유지보수가 용이하고 변경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 분류는 추상화를 위한 도구다

추상화의 첫번째 차원은 구체적인 사물 간의 공통점은 취하고 차이점은 버리는 일반화를 통해 단순화하는 것이다.

두 번째 차원은 중요한 부분을 강조하기 위해 불필요한 세부사항을 제거해 단순화하는 것이다.

 

따라서 개념은 추상화의 첫 번째 차원인 일반화를 적용한 결과다.

추상화의 두 번째 차원에 따라 불필요한 세부사항을 제거한다.

개념은 객체들의 복잡성을 극복하기 위한 추상화 도구다. 그리고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는 매 순간 세상에 존재하는 무수한 사물들을 개념의 틀로 걸러가며 세상을 추상화한다.

 

타입

- 타입은 개념이다

개념이라는 단어 자체는 이미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폭넓게 사용되는 일상적인 용어지만 컴퓨터 공학자들은 개념을 좀 더 멋지게 표현할 수 있는 자신들만의 용어를 가지고 싶었던 것 같다.

따라서 공학자들은 개념을 대체할 수 있는 좀 더 세련돼 보이는 용어를 수학으로부터 차용해 왔다. 그것은 바로 타입(type)이다.

타입의 정의는 개념의 정의와 완전히 동일하다. 타입은 공통점을 기반으로 객체들을 묶기 위한 틀이다.

타입은 개념과 마찬가지로 심볼, 내연, 외연을 이용해 서술할 수 있으며 타입에 속하는 객체 역시 타입의 인스턴스라고 한다.

 

*타입(type): 타입은 개념과 동일하다. 타입이란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다양한 사물이나 객체에 적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나 관념을 의미한다. 어떤 객체에 타입을 적용할 수 있을 때 그 객체를 타입의 인스턴스라고한다. 타입의 인스턴스는 타입을 구성하는 외연인 객체 집합의 일원이 된다.

물론 타입에 관한 이야기가 이러헥 쉽다면 개발자들의 삶은 좀 더 편하고 윤택했을 것이지만 안타깝게도 타입이 근본적으로 개념과 동일하다고 하더라도 일단 컴퓨터 내부로 들어오는 순간 좀 더 기계적인 의미로 윤색될 수밖에 없다.

- 데이터 타입

컴퓨터가 어떤 작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작업에 필요한 데이터를 메모리 안으로 불러들여야 한다. 메모리에 불러들여진 데이터들은 무수히 많은 0과 1로 치장되어 메모리에 저장된다.

실제로 메모리를 들여다 보면 그 안에는 끝없이 펼쳐진 0과 1의 행렬만이 존재한다. 메모리의 세상에는 타입이라는 질서가 존재하지 않는다.

실제로 '타입이 없다(Untyped)'는 말은 메모리 안의 데이터를 다룰 수 있는 단 하나의 타입만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타입이 없는 체계 안에서 모든 데이터는 일련의 비트열(bit string)로 구성된다.

어떤 메모리 조각에 들어 있는 값의 의미는 그 값을 가져가 자신의 용도에 맞게 사용하는 외부의 해석가에 의해 결정된다.

흔히 우리가 애플리케이션이라고 부르는 프로그램이 바로 그런 해석가의 일종이다.

 

애플리케이션 안에서 타입이 없는 메모리 내부의 값을 다루다 보면 수많은 오해와 시행착오에 부딪히게 된다.

메모리에 안에 저장된 '10010001'이라는 값은 숫자인가? 문자인가? 아니면 특정한 메모리 상의 주소인가?

타입 없는 무질서가 초래한 혼돈의 세상에 질려버린 사람들은 급기야 메모리 안의 데이터에 특정한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자신이 다뤄야 하는 데이터의 용도와 행동에 따라 그것들을 분류했다.

1. 어떤 데이터에 다른 데이터를 더하거나 빼거나 나누거나 곱할 수 있다면 그 데이터를 숫자형으로 분류했다.

2. 데이터가 여러 문자로 구성돼 있고 다른 문자와 연결될 수 있다면 그 데이터를 문자열형으로 분류했다.

3. 데이터를 이용해 어떤 사실에 대한 참/거짓을 이야기할 수 있다면 그 데이터는 논리형으로 분류했다.

 

프로그래밍 언어 안에는 서서히 타입 시스템(type system)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타입 시스템의 목적은 메모리 안의 모든 데이터가 비트열로 보임으로써 야기되는 혼란을 방지하는 것이다.

타입 시스템은 메모리 안에 저장된 0과 1에 대해 수행 가능한 작업과 불가능한 작업을 구분함으로써 데이터가 잘못 사용되는 것을 방지한다.

결과적으로 타입 시스템의 목적데이터가 잘못 사용되지 않도록 제약사항을 부과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내용을 통해 타입에 관한 두 가지 중요한 사실을 알 수 있다.

1. 타입은 데이터가 어떻게 사용되느냐에 관한 것이다. 중요한 것은 연산자의 종류가 아니라, 어떤 데이터에 어떤 연산자를 적용할 수 있느냐가 그 데이터의 타입을 결정한다는 점이다.

2. 타입에 속한 데이터를 메모리에 어떻게 표현하는지는 외부로부터 철저하게 감춰진다.

*데이터 타입(data type): 메모리 안에 저장된 데이터를 종류를 분류하는 데 사용하는 메모리 집합에 관한 메타데이터다. 데이터에 대한 분류는 암시적으로 어떤 종류의 연산이 해당 데이터에 대해 수행될 수 있는지를 결정한다.

- 객체와 타입

객체를 타입에 따라 분류하고 그 타입에 이름을 붙이는 것은 결국 프로그램에서 사용할 새로운 데이터 타입을 선언하는 것과 같다.

객체는 행위에 따라 변할 수 잇는 상태를 가지고 있다. 애플리케이션 내부에 살고 있는 모든 객체의 상태를 모으면 결국 애플리케이션에서 관리해야 하는 전체 데이터를 표현할 수 있게 된다.

객체는 데이터이다 => 오해

객체에서 중요한 것은 행동이다 => 사실

상태는 행동의 결과로 초래된 부수효과를 쉽게 표현하기 위해 도입한 추상적인 개념일 뿐이다.

객체가 협력을 위해 어떤 책임을 지녀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것이 객체지향 설계의 핵심이다.

객체의 타입을 이야기 할때 앞의 두 가지 조언이 적용된다.

1. 어떤 객체가 어떤 타입에 속하는지를 결정하는 것은 객체가 수행하는 행동이다. 어떤 객체들이 동일한 행동을 수행할 수 있다면 그 객체들은 동일한 타입으로 분류될 수 있다.

2. 객체의 내부적인 표현은 외부로부터 철저하게 감춰진다. 객체의 행동을 가장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만 있다면 객체 내부의 상태를 어떤 방식으로 표현하더라도 무방하다.

이 두 가지 조언으로부터 객체지향 설계에 대한 중요한 원칙을 이끌어 낼 수 있다.

- 행동이 우선이다

동일한 책임을 수행하는 일련의 객체는 동일한 타입에 속한다. => 사실

이것은 객체를 타입으로 분류할 때 사용해야 하는 기준을 명확하게 제시한다.

어떤 객체를 다른 객체와 동일한 타입으로 분류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그 객체가 타입에 속한 다른 객체와 동일한 행동을 하기만 하면 된다.

   그 객체가 어떤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지는 우리의 관심사가 아니다.

그 객체가 다른 객체와 동일한 데이터를 가지고 있더라도 다른 행동을 한다면 그 객체들은 서로 다른 타입으로 분류돼야 한다.

동일한 타입에 속한 객체는 내부의 데이터 표현 방식이 다르더라도 동일한 메세지를 수신하고 이를 처리할 수 있다. 다만 내부의 표현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동일한 메시지를 처리하는 방식은 서로 다를 수 밖에없다. 이것은 다형성에 의미를 부여한다.

다형성이란 동일한 메시지를 서로 다른 방식으로 응답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데이터의 내부 표현 방식과 무관하게 행동만이 고려 대상이라는 사실은 외부에 데이터를 감춰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훌륭한 객체지향 설계는 외부에 행동만을 제공하고 데이터는 행동 뒤로 감춰야 한다. 이 원칙을 흔히 캡슐화라고 한다.

행동에 따라 객체를 분류하기 위해서는 객체가 내부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데이터가 아니라, 객체가 외부에 제공해야 하는 행동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데이터를 먼저 결정하고 객체의 책임을 결정하는 방법은 유여한지 못한 설계라는 악몽을 초래한다.

흔히 책임-주도 설계(Responsibility-Driven Design)라고 부르는 객체지향 설계 방법은 데이터를 먼저 생각하는 데이터-주도 설계(Data-Driven Design) 방법의 단점을 개선하기 위해 고안됐다.

객체를 결정하는 것은 행동이다. 데이터는 단지 행동을 따를 뿐이다. 이것이 객체를 객체답게 만드는 가장 핵심적인 원칙이다.

 

타입의 계층

- 트럼프 계층

정원사, 병사, 신하, 왕자와 공주, 하객으로 참석한 왕과 왕비들, 하트 잭, 하트 왕과 하트 여왕은 정말로 트럼프인가?

앨리스가 이들을 정말 트럼프 카드라고 생각한 적은 단 한번도 없다. 단지 트럼프와 몇 가지 특징을 공유하기 때문에 트럼프라고 불렀을 뿐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앨리스는 등장인물들을 트럼프가 아니라 '트럼프 인간'으로 봤던 것이다.

타입의 정의에 있어서, 객체가 동일한 타입으로 분류되기 위해서는 공통의 행동을 가져야만 한다.

이 등장인물들의 외양은 트럼프와 유사하지만 행동 자체는 트럼프와 완벽하게 동일하지 않다.

트럼프 인간은 트럼프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지만 트럼프보다 좀 더 특화된 행동을 할 수 있다.

외연이라는 객체 집합의 관점에서 트럼프와 트럼프 인간 타입을 살펴보자. 트럼프 인간은 트럼프다. 따라서 모든 트럼프 인간은 동시에 트럼프이기도하다.

트럼프는 트럼프 인간을 포괄하는 좀 더 일반적인 개념이다. 트럼프 인간은 트럼프보다 좀 더 특화된 행동을 하는 특수한 개념이다.

이 두 개념 사이의 관계를 일반화/특수화(generalization/specialization) 관계라고 한다.

 

- 일반화 / 특수화 관계

일반화와 특수화는 동시에 일어난다. 트럼프 인간은 트럼프를 좀 더 특수하게 표현한 것이다.

집합의 관점에서 본다면 특수한 개념을 표현하는 트럼프 인간은 좀 더 일반적인 개념을 표현하는 트럼프의 부분집합이 된다.

객체지향에서 일반화/특수화 관계를 결정하는 것은 객체의 상태를 표현하는 데이터가 아니라 행동이라는 것이다.

주의해야 할 점은 타입의 내면을 의미하는 행동의 가짓수와 외연을 의미하는 집합의 크기는 서로 반대라는 사실이다.

일반화/특수화 관계에서 일반적인 타입은 특수한 타입보다 더 적은 수의 행동을 가지지만 더 큰 크기의 외연 집합을 가진다.

(트럼프): 일반적인 타입

- 납작 엎드릴 수 있다

- 뒤집어질 수 있다

(트럼프 인간): 특수한 타입

- 납작 엎드릴 수 있다

- 뒤집어질 수 있다

- 걸을 수 있다

 

- 슈퍼타입과 서브타입

일반화 / 특수화 관계는 좀 더 일반적인 한 타입과 좀 더 특수한 한 타입 간의 관계이다. 이 때, 좀 더 일반적인 타입을 슈퍼타입(Supertype)이라 하고 좀 더 특수한 타입을 서브타입(Subtype)이라 한다,

어떤 타입을 다른 타입의 서브타입이라고 말할 수 있으려면 다른 타입을 대체할 수 있어야 한다[Liskov 1988] 

Liskov Substitution Principle(리스코프 치환 원칙)

일반화 / 특수화 관계를 표기하는 방법을 소개하겠다.

일반적인 타입인 슈퍼타입을 상단에, 좀 더 특수한 타입인 서브타입을 하단에 위치시키고 속이 빈 삼각형으로 연결해서 표현한다.

이 때 서브타입에서는 슈퍼타입과 중복된 행위를 생략할 수 있다.

서브타입은 슈퍼타입의 행위에 추가적으로 특수한 자신만의 행동을 추가하는 것이므로 슈퍼타입의 행동은 서브타입에게 자동으로 상속된다.

- 일반화는 추상화를 위한 도구다

추상화의 두 번째 차원은 중요한 부분을 강조하기 위해 불필요한 세부사항을 제거시켜 단순하게 만드는 것이다.

일반화/특수화 계층은 객체지향 패러다임에서 추상화의 두 번째 차원을 적절하게 활용하는 대표적인 예다.

우리는 정원에 있는 등장인물들을 트럼프 인간으로 추상화했다. 하지만 가끔씩은 트럼프 인간이 아니라 이들을 좀 더 단순화된 트럼프로 보는 것이 상황을 좀 더 단순하게 만드는 경우가 있다. 앨리스가 '기껏해야 트럼프에 불과해'라고 생각했을 때 앨리스는 머릿속에서 걸을 수 있는 트럼프 인간의 특수한 능력은 제거하고 종이 조각처럼 쉽게 뒤집어지는 트럼프의 특성에 집중한 것이다.

앨리스에게는 트럼프 인간이 할 수 있는 특수한 행동은 불필요했다.

따라서 앨리스는 그 시점에 중요한 사항인 트럼프의 특성에만 집중하고 불필요한 트럼프 인간의 특성은 제거해서 상황을 단순하게 만들었다.

(여기서 두 가지 추상화 기법이 사용됐다)

1. 정원에 있던 등장인물들의 차이점은 배제하고 공통점만을 강조함으로써 이들을 공통의 타입인 트럼프 인간으로 분류했다.

2. 트럼프 인간을 좀 더 단순한 관점에서 바라보기 위해 불필요한 특성을 배제하고 좀 더 포괄적인 의미를 지닌 트럼프로 일반화했다.

 

정적 모델

- 타입의 목적

왜 타입을 사용해야 하는가? 객체지향은 객체를 지향하는 것이므로 객체만 다루면 되지 않는가?

타입을 사용하는 이유는 인간의 인지 능력으로는 시간에 따라 동적으로 변하는 객체의 복잡성을 극복하기가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앨리스의 키는 앨리스가 어떤 음식을 먹을 때마다, 어떤 행동을 할 때마다 시시각각 변한다. 앨리스의 키는 계속 변하고 있었지만 모든 경우에 앨리스는 단지 앨리스일 뿐이다.

앨리스라고 하는 객체의 상태는 변하지만 앨리스를 다른 객체와 구별할 수 있는 식별성은 동일하게 유지된다.

타입은 시간에 따라 동적으로 변하는 앨리스의 상태를 시간과 무관한 정적인 모습으로 다룰 수 있게 해준다.

앨리스의 상태에 복잡성을 부과하는 시간이라는 요소를 제거함으로써 시간에 독립적인 정적인 모습으로 앨리스를 생각할 수 있게 해준다.

- 그래서 결국 타입은 추상화다

이런 관점에서 타입은 추상화다. 타입을 이용하면 객체의 동적인 특성을 추상화할 수 있다. 결국 타입은 시간에 따른 객체의 상태 변경이라는 복잡성을 단순화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인 것이다.

- 동적 모델과 정적 모델

지금까지의 논의를 통해 객체를 생성할 때 우리는 두 가지 모델을 동시에 고려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1. 객체가 특정 시점에 구체적으로 어떤 상태를 가지느냐

이를 객체의 스냅샷(snapshot)이라고 한다.

객체지향 모델링을 위한 표준 언어인 UML에서 스냅샷은 객체 다이어그램(object diagram)이라고도 불린다.

스냅샷처럼 실제로 객체가 살아 움직이는 동안 상태가 어떻게 변하고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포착하는 것을 동적 모델(dynamic model)이라고 한다.

 

2. 객체가 가질 수 있는 모든 상태와 모든 행동을 시간에 독립적으로 표현하는 것

일반적으로 이런 모델을 타입 다이어그램(type diagram)이라고 한다.

이 모델은 동적으로 변하는 객체의 상태가 아니라 객체가 속한 타입의 정적인 모습을 표현하기 때문에 정적 모델(static model)이라고도 한다.

 

객체지향 애플리케이션을 설계하고 구현하기 위해서는 객체 관점의 동적 모델과 객체를 추상화한 타입 관점의 정적 모델을 적절히 혼용해야 한다.

- 클래스

객체지향 프로그래밍 언어에서 정적인 모델은 클래스를 이용해 구현된다. 따라서 타입을 구현하는 가장 보편적인 방법은 클래스를 이용하는 것이다. <타입을 구현한다> 라고 표현했음에 주목하라.

클래스 != 타입이다.

* 타입: 객체를 분류하기 위해 사용하는 개념

* 클래스: 단지 타입을 구현할 수 있는 여러 구현 메커니즘 중 하나 

클래스와 타입을 구분하는 것은 설계를 유연하게 유지하기 위한 바탕이 된다.

 

결국 객체지향에서 중요한 것은 동적으로 변하는 객체의 '상태'와 상태를 변경하는 '행위'다.

클래스는 타입을 구현하기 위해 프로그래밍 언어에서 제공하는 구현 메커니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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